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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글2012. 3. 17. 01:56

한국 프로야구계에 있어 2011년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스토브 리그가 되었다. 다른 해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FA 이적과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된 2차 드래프트, 그리고 일본에서 국내로 복귀한 선수들로 인해서 각 구단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것만으로도 제법 뜨거웠던 스토브 리그였지만, 연달아 터진 안타깝고 불행한 사건들로 인해서 더더욱 잊을 수 없는 겨울 시즌이 될 것 같다.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지난 겨울동안 한국 프로야구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유망주에겐 기회를, NC에겐 원활한 선수수급을..


한국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초로 2차 드래프트 회의가 작년 11월 22일에 열렸다. 2차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에서 실시하는 룰5 드래프트와 유사한 형식의 선수 지명 제도로, 각 구단별 40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이 드래프트로 인해서 NC행 7명을 포함하여 총 27명의 선수들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게 되었는데, 이 선수들이 새로운 구단에서 어떠한 활약을 선보이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2012년 프로야구를 보는데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올해의 자유계약시장은 매우 활발했다. 올해에만 FA 신청을 한 선수가 17명이었고, 이 중 다른 구단으로 이적한 선수가 무려 7명에 달했다. 롯데의 100억 제의를 뿌리친 이대호는 일본진출을 했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정대현은 결국 롯데와 FA 계약을 했다. 정대현의 보상 선수로 SK는 롯데의 ‘No.69 임훈’을 지명했고, 임훈은 국내야구 사상 첫 리턴픽 사례를 남기며 20일 만에 다시 SK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넥센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LG의 이택근을 다시 데려오는데 성공했으며, 반대로 LG는 FA를 선언한 선수 세 명을 모두 다른 구단에 빼앗기고 말았다. 한편, 두산의 김동주는 FA시장에 나왔지만 타 구단과 계약을 맺지 못하고 결국 원 소속팀인 두산과 재계약했다.

위압감x2


일본리그에서 뛰던 4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국내리그에 복귀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를 한층 더 높혔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무리한 이승엽은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했고, 이승엽과 함께 오릭스에서 1년간 뛰었던 박찬호도 KBO의 허가를 거쳐서 1년 2,400만원, 최저연봉으로 한화에 입단하였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작년에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김태균도 롯데에서 퇴단하여 한화로 복귀하였다. 라쿠텐에서 1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김병현은 현대 유니콘스로부터 지명권을 넘겨받은 넥센과 계약을 하면서 국내에 복귀하였다. 이처럼 전례가 없는 많은 선수 이동이 있었던 스토브 리그를 거치면서, 올 시즌에 각 구단이 지난 시즌과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된다.

구단과 선수간의 재계약에 마찰을 빚은 경우도 있었다. LG 이대형은 구단과의 연봉 협상에서 3,500만원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KBO에 연봉조정신청을 하였다. 하지만 신청 3일만에 이대형은 연봉조정신청을 철회하며 구단이 제시한 8,5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하였다.
KIA는 2012년 벽두부터 최희섭과의 갈등을 겪으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최희섭은 새해 첫 팀 훈련에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하였고, 이후로 구단과 최희섭 사이의 불화설이 계속해서 불거졌다. 결국 넥센과 트레이드를 추진하였지만 계약 직전에 파기되면서 불발되었다. 결국 최희섭은 구단과의 최종 담판에서 그간의 일에 대해 사죄하였고, 열흘만에 팀 훈련에 복귀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프로팀 유니폼을 입고 뛰길 고대했을텐데...


있어서는 안 될,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2012년 1월 10일, 프로야구 신인선수 교육장에서 신인 선수인 두산 이규환이 숙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그것이다. 이후 조사 결과 타살 흔적이 없었고, 이날 새벽 3시까지 술을 먹은 사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음주에 의한 실족사로 추정하였다. 이 사건을 통해서 KBO가 선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많은 비난을 들었고, 나아가 이러한 식의 신인선수 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팬들의 신의를 저버린 일도 일어났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프로야구 경기조작에 관한 사건이 그것이다. 브로커의 입을 통해서 소문이 실체가 밝혀졌고, 조사를 통해 고의볼넷 등 배팅과 조작 방법도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구단 소속, 두 명의 투수라는 단서가 돌았을 때 넥센의 문성현만이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당사자들은 계속해서 조작 사실을 부인했다. 이 두 선수는 검찰의 조사를 받기 직전까지 결백을 주장했으나 결국 사실임이 밝혀졌고, 각각 구속 · 불구속 기소를 당했다. 이 둘은 지금 조작 가담 계기 등을 놓고 진실공방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많은 선수들의 이적과 대형 스타의 국내 복귀 등으로 기대감 속에 시작되었던 스토브 리그가 신인선수 사망 사고와 경기조작 사건 등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무거운 가운데 마무리되었다. 지난 5년간 흥행 성공 등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프로야구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700만 관중을 달성하는 것보다, 더욱 내실 있는 발전을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조작과 관련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작과 관련된 선수에 대한 처벌을 엄하게 하고, 조작이 프로야구에 발붙일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프로야구가 신뢰를 되찾은 뒤에 700만 관중을 달성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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