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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number.bunshun.jp/articles/-/764740

 

FA 순위와 사구왕 … 추신수를 통해 보는 '사구왕'의 계보

 

 'The Reiter 50'이라는 리스트가 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벤 라이터(Ben Reiter)가 만든 FA 선수 랭킹이다. 나는 이 리스트를 제법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순서를 늘어놓은 것뿐이지만, 평가 기준이 제법 흥미롭고, 의외의 선수가 상위권에 오르는 일도 많이 있다.

 

 2013년 1위는 예상대로 로빈슨 카노(Robinson Cano)였다. 2위에 오른 선수도 당연히 제이코비 엘스버리(Jacoby Ellsbury)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실해 보이는 타나카 마사히로(田中将大)도 5위에 오르며(투수만 놓고 보면 놀랍게도 1위다), 지금까지 있었던 높은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어서, 상위권 선수들을 살펴보자면,


(3) 추신수

(4) 브라이언 맥캔(Brian McCann)

(5) 타나카 마사히로

(6) 마이크 나폴리(Mike Napoli)

(7) 어빈 산타나(Ervin Santana)

(8) 우발도 히메네즈(Ubaldo Jimenez)

(9) 맷 가르자(Matt Garza)

(10) 넬슨 크루즈(Nelson Cruz)

 

 이 카를로스 벨트란(Carlos Beltran)이 11위, 쿠로다 히로키(黒田博樹)가 12위, 커티스 그랜더슨(Curtis Granderson)이 13위에 올라 있다.

 

 ■4할 2푼 3리라는 압도적인 출루율

 이 중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추신수가 높은 평가를 받은 점이다. 스피드와 파워 양면을 고루 갖췄고, 최근 실력이 두드러지게 향상되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FA 선수 전체 3위의 평가를 받은 것은 의외였다.

 

 한국 출신의 추신수는 82년 7월에 태어나 현재 31세이다. 좌타 외야수이고, 2012년 12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함께 한 삼각 트레이드의 결과였다. 2013년 성적은 매우 흥미롭다. 타율 .285 / 출루율 .423 / 장타율 .462 / 21홈런 / 20도루.

 

 20홈런-20도루도 1번 타자로서는 훌륭한 성적이지만, 이것보다 눈을 끄는 기록은 높은 출루율이다. 2004년 이치로(イチロー)가 한 시즌에 262안타의 위업을 달성했던 때에도 출루율은 .414였다. 이를 생각하면 이 기록은 대단한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리그 2위의 볼넷, 1위의 사구로 출루한다

 

 사실, 2013년 추신수의 출루율은 내셔널리그 2위였다. (1위는 같은 팀 동료인 조이 보토(Joey Votto)의 .435) 이 기록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많은 사사구였다. 162안타 / 112볼넷 / 26사구(死球, 몸에 맞는 볼). 볼넷은 리그 2위고, (1위는 135개의 보토) 사구는 리그 1위다. 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점에서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제이슨 워스(Jayson Werth)와 쌍벽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사구 기록은 1896년 휴이 제닝스(Hughie Jennings)의 51개다. '아, 오리올스의 그 선수?'라고 생각했다면, 맞다.

 1890년대 오리올스(내셔널 리그)는 실력도 좋았지만, 반칙의 끝을 보여준 팀으로도 알려졌다. 3루수 존 맥그로(John McGraw)는 상대 주자가 태그업할 때마다 반드시 주자의 벨트를 잡아당겼다. 좌익수 조 켈리(Joe Kelley)는 길게 자란 잔디에 공을 숨겼고, 이것을 이용해서 상대 주자를 잡았다. 말하자면 '이기기만 하면 되잖아?'하는 생각이 팀 안에 침투해 있었다.

 

 이런 팀 안에서 가장 공격적이었던 제닝스의 사구 개수는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공은 항상 제닝스를 향해 날아왔다. 머리에 투구를 맞고도 끝까지 시합했고, 시합이 끝난 뒤 졸도해서 3일 동안 입원한 일도 있었다. 1895년 32개, 96년 51개, 97년 46개, 98년 46개로 이어지는 사구 숫자는 제닝스가 상대의 표적이 되었다는 점을 증명한다.

 

 ■'선구안, 주력, 장타력'으로 메이저 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세기 이후의 근대야구에서는 론 헌트(Ron Hunt)가 '사구의 사나이'였다. 1968년부터 74년까지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구왕(한 시즌당 사구 수는 대체로 24~26개 사이였다)을 기록한 것도 대단하지만, 71년에 기록한 50개는 근대야구에서는 단연 두드러진다. '나는 야구에 내 몸을 바쳤다'는 말을 해왔던 헌트의 통산 사구 수는 74년 당시 최다인 243개(12시즌)이다. 이 기록은 이후에 돈 베일러(Don Baylor, 267개 / 19시즌)와 크레이그 비지오(Craig Biggio, 285개 / 20시즌)에 의해 깨졌지만, 이 두 선수는 선수로서 활약한 기간이 헌트보다 훨씬 더 길었다.

 

 추신수는 제닝스나 헌트의 계보를 잇게 될 것인가. 2013년 4월 한 달 동안 10개의 사구를 기록했을 때에는 '새로운 사구왕'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5월, 6월에도 각각 5개씩 기록) 7월 이후로는 총 6개의 사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현역 선수들만 놓고 봐도 추신수의 통산 사구 수(81개)는 26위이고, 통산 볼넷 수(449개)는 66위에 올라 있다. 이를 보면 그의 경우에는 균형 잡힌 '선구안, 주력, 장타력'이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좌투수 상대로 약한 점(2013년에는 181타수 동안 타율 .215)을 극복하면 앞으로 5~6년은 메이저리그 최전선에서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gleam☆